최종 합격했는데 다른 회사 결과가 남았을 때

한 회사에서 최종 합격 연락이 왔어요. 그런데 정작 더 가고 싶던 회사는 아직 2차 면접이 남아 있어요.

이럴 때 제일 흔한 실수는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예요. 회신 기한까지 혼자 애를 태우다가 마지막 날에 급하게 수락하거나,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타요.

기다려 달라고 말하는 건 무례한 게 아니에요.

언제까지 기다려 달라고 하느냐가 갈라요.

회신 기한은 못 박힌 날짜가 아니에요

합격 통보에는 보통 회신 기한이 같이 와요. 사흘 안에 답을 달라거나, 이번 주까지 알려 달라는 식이에요.

그 날짜는 인사팀이 정한 내부 일정이에요. 오퍼레터에 "본 제안은 <날짜>까지 유효합니다" 라고 적혀 있어도 마찬가지고요. 채용하는 쪽도 후보가 여러 곳을 보고 있다는 걸 알면서 뽑아요. 아무 말 없이 마지막 날에 답이 오는 쪽이 회사 입장에서도 더 불안해요.

넘겼다고 합격이 그 자리에서 취소되는 건 아니에요. 대신 회사가 차순위로 넘어가 버릴 수는 있어요. 그래서 미루더라도 미리 말하고 미뤄야 해요.

법으로 보면 오히려 회사 쪽이 조심스러운 자리예요. 최종 합격 통보(채용내정)가 나간 시점에 이미 근로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보고, 그 뒤의 채용 취소를 사실상 해고로 봐요. 합격 통보 4분 만에 취소한 회사가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사건도 있어요.

이걸 근거로 기한을 무시하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회신 기한이 어겼다고 바로 뒤집히는 계약 조항은 아니라는 것만 알고 요청하면 돼요.

다만 무한정 늘어나진 않아요. 회사도 차순위 후보를 붙잡아 두고 있고, 그 사람에게도 답을 줘야 하거든요.

지금 어느 단계냐에 따라 폭이 달라요

같은 합격이라도 어디까지 왔느냐에 따라 요청할 수 있는 게 달라요.

지금 상태요청할 수 있는 것현실적인 폭
구두 합격, 처우 협의 전처우 협의 일정을 뒤로1주 안팎
처우 협의 끝, 오퍼레터 회신 대기회신 기한 연장3~5일
오퍼레터 서명 후, 입사일 전입사일 조정1~3주

폭이 제일 넓은 건 첫 번째 줄이에요. 처우 협의를 시작하면 회사는 이미 그 사람으로 정한 상태라 시계가 빨라져요. 아직 구두 합격 단계라면 처우 협의를 다음 주에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게 제일 자연스럽게 시간을 버는 길이에요.

최종 면접에서 처우 협의까지 걸리는 시간은 회사마다 크게 달라요. 이틀 만에 연락이 오는 곳도 있고, 몇 주째 감감한 곳도 있어요. 어느 쪽이든 이 구간은 가만히 있어도 벌리는 시간이에요.

그대로 쓰는 문장

메일 한 통이면 돼요. 길게 쓸수록 변명처럼 읽혀요.

합격 통보가 전화로 오면서 그 자리에서 답을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때는 감사 인사만 하고, 조건을 문서로 받아 보고 싶다고 말하면 돼요. 전화로 들은 걸 검토하겠다는 말은 미루는 말로 들리지만, 문서를 달라는 말은 진지하게 보겠다는 말로 들려요. 그리고 기한은 대개 그 문서를 받은 날부터 다시 시작해요.

합격한 회사에 회신 기한을 미룰 때

  • 제안해 주신 조건 잘 받았습니다. 신중하게 결정하고 싶어 회신을 <날짜>까지 드려도 괜찮을지 여쭙습니다. 그때까지는 확답을 드리겠습니다.

마지막 문장을 빼지 마세요. 기한만 미뤄 달라고 하면 상대는 그걸 잠수의 전조로 읽어요.

입사일을 미룰 때

  • 입사 의사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현 회사 인수인계 일정 때문에 입사일을 <날짜>로 조정할 수 있을지 문의드립니다.

입사일은 인수인계를 이유로 대는 게 제일 잘 통해요. 회사도 겪어 본 사정이고, 거절할 명분이 마땅치 않아요.

며칠을 불러야 하나

기한을 며칠 미뤄 달라고 할지는 기다리는 회사에서 지금까지 걸린 시간으로 가늠하세요. 서류부터 지금 단계까지 얼마나 걸렸는지가, 남은 절차에 얼마나 더 걸릴지를 가늠하는 제일 현실적인 눈금이에요.

막연한 감으로 부르는 숫자보다, 지금까지 몇 차까지 봤고 남은 절차가 뭔지 스스로 정리해 둔 숫자가 근거가 있어요.

외국계는 특히 더 여유를 두고 부르세요. 최종 결정에 해외 본사 결재가 걸리는 자리가 있어서, 국내에서 끝나는 회사보다 흔히 더 오래 걸려요.

막연히 최대한 길게 부르면 답도 막연하게 와요. 날짜를 콕 집어 말하면 대개는 그 날짜 그대로 답이 와요.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좋겠다는 식으로 쓰지 마세요. 상대가 며칠인지 되물어야 하고, 그렇게 한 번 더 오가는 사이에 원래 기한이 지나가요.

기다리는 회사가 어디까지 왔느냐로 판단하세요

기다리는 회사에는 따로 연락하지 않아도, 지금 그 회사가 어디까지 왔는지만으로 합격한 회사에 뭘 요청할지 방향이 잡혀요.

  • 최종까지 끝났고 결과만 남았다 — 결과가 며칠 안에 나올 가능성이 커요. 합격한 회사에는 기한 연장을 짧게 요청해요
  • 1차는 붙었고 다음 일정이 잡혀 있다 — 아직 몇 단계 더 남은 거라, 합격한 회사에 기한을 좀 더 넉넉히 요청해도 근거가 있어요
  • 아직 서류 단계다 — 결과가 언제 나올지 가늠이 안 되는 단계라 합격한 회사를 붙잡을 근거가 약해요. 합격한 회사를 받고 기다리는 회사는 다음 기회로 미룰지, 합격한 회사를 포기하고 기다리는 회사에 걸지 둘 중 하나예요
  • 아직 지원도 안 했다 — 붙잡을 대상 자체가 없는 거라 이 글에서 다루는 상황은 아니에요

마지막 줄이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선택지를 위해 손에 있는 선택지를 버리는 게 제일 흔한 후회예요.

하면 안 되는 것

  • 두 곳 다 수락해 놓고 나중에 한 곳을 무르기. 법적으로 책임질 일은 사실상 없어요. 대신 걸리는 건 평판이에요. 업계가 좁고, 같은 도메인이면 채용 담당자끼리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아요
  • 없는 오퍼를 있다고 하기. 어느 회사냐고 되물어 오는 순간 무너져요. 게다가 처우 협의에 들어가면 전 직장 원천징수영수증이나 연봉계약서를 요구하는 회사가 많아서, 부풀린 숫자는 거기서 걸려요
  • 기한을 넘긴 뒤에 연락하기. 미루는 것과 어기는 것은 완전히 달라요

합격한 회사가 안 된다고 하면

거절당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정보가 하나 늘어난 거예요.

하루도 못 미룬다는 건 차순위 후보가 대기 중이거나, 인원 확정 마감 같은 내부 일정이 걸려 있다는 뜻이에요. 어느 쪽이든 그 자리가 이 사람을 기다릴 생각이 없다는 건 알게 됐어요.

남은 선택은 둘이에요.

  • 받는다 — 기다리는 회사는 접어요. 대신 그 회사 담당자에게 지금까지 진행한 것을 정리해 한 통 보내 두면 다음 공고 때 이름이 남아요
  • 안 받는다 — 그 결정을 합격한 회사에 바로 알려요. 기한 끝까지 끌다가 거절하면 그 회사와는 거기서 끝이지만, 먼저 알리면 다음에 다시 연락이 오는 일이 많아요

이럴 땐 안 통해요

앞의 방법이 먹히지 않는 자리가 있어요.

입사일이 기수로 묶인 자리. 공채나 인턴 전환처럼 동기가 같이 들어가는 채용은 입사일 자체가 협의 대상이 아니에요. 교육 일정이 이미 잡혀 있어요.

이미 한 번 미룬 경우. 두 번째 요청은 거의 안 받아들여져요. 그래서 처음 미룰 때 넉넉하게 부르는 편이 나아요.

채용대행이나 헤드헌터를 거친 자리. 요청이 한 다리 건너가느라 답이 느려요. 기한 이틀 전에 말하면 늦어요. 헤드헌터는 수락을 받아내야 수수료가 생기는 쪽이라 미루겠다고 하면 재촉이 돌아와요. 그 재촉은 회사 입장이 아니라 그 사람 입장이에요.

조건을 올리는 데 쓰려는 경우. 다른 회사를 기다린다는 말은 시간을 버는 말이지 연봉을 올리는 말이 아니에요. 두 얘기를 섞으면 저울질하는 사람으로 읽혀요.

남는 것

이 상황이 어려운 건 판단이 복잡해서가 아니에요. 두 회사가 지금 각각 어느 단계에 있고 기한이 언제까지인지가 머릿속에만 있어서예요.

메일함을 뒤지며 그 회사 회신 기한이 언제까지였는지 다시 세는 동안 하루가 가요.

회사마다 몇 차까지 봤고 다음 일정이 언제인지 카드에 적어 두면, 이 판단은 표 하나를 들여다보는 일이 돼요.